■ 실업률과 경제

실업률은 정치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취업을 못해 빈둥빈둥 거리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큼 방송에서, 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선거가 치러진다면 집권당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따라서 정치인은 늘 실업 관련 경제지표에 민감해 질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실업률이 상징하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하지만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서 골골거리던 경제가 어느 순간 활기를 띈다고 합시다. 이때 사장님은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 있다고 바로 그 순간 새로운 직원을 뽑지는 않습니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 믿고 직원을 뽑았는데 경제가 다시 꼬꾸라지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입니다. 직원을 다시 해고 할 수도, 그렇다고 계속 고용 할 수도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가 불황에서 호황으로 넘어갈 때, 실업률이라는 경제지표의 걸음걸이는 너무나 느립니다. 쉽게 말해서 경제가 좋아지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실업률이 낮아지게 됩니다.

위의 그래프를 한번 보십시오. 아파서 골골 거리던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한 2002년과 2009년을 자세히 보세요. 산업생산지수가 상승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실업률이 감소를 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잘나가던 경제가 어느 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고 합시다. 이때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사장님이 바로 그 자리에서 직원을 자르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을 잘랐는데 바로 그 순간부터 경제가 좋아지면 상당히 골치 아파집니다. 새로운 직원을 뽑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직원을 뽑았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사장님도 버틸 때까지 버텨 보다가 상황이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때 직원을 해고하게 됩니다.

결국 실업률은 언제나 뒷북만 치기 때문에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실업률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경기 침체를 예언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