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펀드
한때 예금금리가 10%~20%씩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은행예금만으로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금금리가 겨우 1%~2%입니다. 따라서 은행예금만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주식투자라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우리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상대입니다. 주식투자로 폐가망신한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은행예금과 주식 사이에서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 한 채 거리를 방황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난 귀인이
바로 펀드였습니다.
펀드는 온갖 전문이론과 학문을 마스터한 펀드매니저들이
돈을 굴려주는 만큼 주식처럼 패가망신할 염려가 없습니다. 게다가 은행이자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익을
가져다줄 것만 같기에 입맛이 살살 당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수많은 펀드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펀드란?
펀드중에서도 저 멀리 보물섬처럼 아련하게 잡히지 않는 신기루같은 꿈을 주는 펀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해외펀드입니다. 쉽게말해서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죠.
해외펀드의 장점은 나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개판일 때라도 세계
어느나라 중 하나는 주식시장이 잘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왠지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있어 보입니다.
마치 세계시민이 된듯한 느낌도 있구요.
해외펀드와 환율
해외펀드가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가지 불안한 게 있습니다.
바로 환율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 1,000원일 때 미국펀드에 1달러를 투자했다고 합시다. 그리고 펀드매니저
아저씨 아줌마들이 돈을 잘 굴린 덕분에 1달러가 10달러가 되었다고 합시다. 수익률이 “쾡하니 챙챙하네”입니다.
이제 부자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10달러를 우리 돈으로 바꾸려고 은행에 갔는데 환율이 1달러 100원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만약 일어났다면 어떻게 될까요? 10달러×100원=1,000원입니다.
미국에서 1,000%라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렸지만 환율이 변하는 바람에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불상사로부터 내 소중한 달러를 지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바로 선물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환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무조건 1달러를 1,000원에 사고팔기로
은행과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만약 계약을 한 후, 환율이 1달러=100원이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리 선물환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에 투자해서 번 돈 10달러×100원=1,000원밖에 못 챙겼을 텐데, 현명하게 선물환계약을 한
덕분에 10달러×1,000원=1만 원을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뭐워요! 선물”이라는 감사의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선물환계약의 힘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이제 해야 할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해외펀드에 투자를
할 때는 무조건 선물환계약을 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고마운 선물환계약을 하지 않고 그냥 투자를 한다는
것은 선물환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투자자로서의 기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물환계약을 하는
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클릭만 몇 번 하면 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해외에 투자하는데, 게다가 환율 문제까지 있는데 문제가 이렇게 쉽게 풀릴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앞에서 예를 든 것은 그야말로 최대한 판타스틱하게 가정을 한 것입니다. 세상만사 내 꼴리는
대로 될 때를 가정한 것이죠.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갈때는 정말이지 선물환은 하늘이 내려준 고마운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절대로 내 뜻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사태가
꼬이면 선물환이 폐가망신으로 가는 하이패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흔이 하는 말로 우리의 뒤통수를 제대로
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해외펀드의 선물환계약입니다.
해외펀드와 선물환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1,000원일 때, 거금 2,000원을 달러로 환전해서 미국펀드에 투자했다고
합시다. 환율이 1달러=1,000원이므로 총 2달러를 투자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 준비성이 철저한 관계로 미리 은행과 계약을 했다고 합시다.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1년 뒤에 1달러에 1,000원씩, 총 2달러를 사고팔기로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의 꿈과는 다르게 미국펀드에서 50%의 손실을 봤다면 어떻게 될까요? 쉽게 말해 투자한
2달러가 1달러가 된 것입니다. 펀드투자를 하다 보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법. 호탕하게 한 번 웃어넘기면
그만일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선물환계약 때문에 해외펀드투자의 손실은 더더욱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달러를 날려먹고 은행에 갔더니 이때의 환율이 1달러=2,000원이라고 합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펀드투자 실패로 지금 주머니에는 1달러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총 2달러를 팔기로 은행과 계약을 했습니다.
따라서 모자라는 1달러를 2,000원에 사서, 계약한 은행에 1,000원을 받고 팔아야 합니다. 결국
가만히 앉아서 1,000원을 또 손해 보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1달러를 잃고, 우리나라에서 1,000원
잃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설마하니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요? 조금 과장한 것이 아니냐고요? 절대로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난답니다. 따라서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는 정말이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설령
펀드판매회사의 직원들이 선물환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해도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사태가 꼬이면 피박을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미국펀드에 투자할지, 일본펀드에 투자할지, 아니면 필리핀펀드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데만 잔머리를 굴리는 게 아니라, 환율까지 예측해서 선물환계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까지 챙기는 것이 너무 귀찮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외로 정답은 간단합니다. 만약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 같다면 우리나라의 여러 펀드에 투자하면 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 같다면 굳이 해외로 떠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버스펀드나 베어마켓펀드에
투자하면 됩니다.
느닷없이 영어가 나와 살짝 당황스러운데 아주 간단한 개념입니다. 인버스펀드의 인버스는 ‘거꾸로’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인버스펀드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주가가 상승할 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하락할 때 돈을 버는 펀드가 됩니다. 베어마켓펀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름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은
똑같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하락을 할 때 돈을 버는 펀드죠.
이렇게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도 돈을 버는 펀드가 있는 만큼 굳이 해외펀드에 투자해서 환율 때문에 골치
아플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