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환이란?

선물
여러분이 농산물 판매상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1년 뒤에 배춧값이 10배, 100배로 뛸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자꾸만 듭니다.

이때 여러분은 가만히 앉아서 배춧값이 10배, 100배 뛰는 역사의 순간을 목격만 하고 있겠습니까? 아니, 절대로 이런 장관을 수수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당장 시골로 내려가 배추농사를 짓는 분과 계약을 하고 싶을 겁니다. ‘1년 뒤에 배춧값이 어떻게 되든 무조건 1포기당 1,000원에 사고팔기’로 말입니다.

이때 농부아저씨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1년 뒤에 배춧값이 10배씩 폭등한다고 예상한다면 절대로 여러분과 계약을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1년 뒤에 배춧값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 기꺼이 여러분과 계약을 할 것입니다. 지금 미리 계약을 하면 1년 뒤에 배춧값이 어떻게 되든 무조건 1포기당 1,000원을 건질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계약은 지금 하지만 계약의 이행은 미래의 어느 날 하는 것을 어려운 말로 ‘선물’이라 합니다.

선물환
선물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선물환의 개념은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배추선물이 미래의 어느날 배추를 사고 팔기로 미리 해놓는 계약이라면, 선물환은 미래의 어느날 외국 돈을 사고팔기로 미리해 놓는 계약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이쑤시개 공장의 사장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환율이 1달러=1,000원일 때 이쑤시개 10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만약 수출대금을 입금받는 날, 환율이 1달러=500원으로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요? 외환전문용어로 조지게 됩니다. 수출대금 10달러를 탈탈 털어서 환전해봤자 10달러×500원=50만 원밖에 못 건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50만 원으로는 원자재값도 못 치를 수 있습니다.

이런 불상사로부터 여러분의 소중한 달러를 지키는 방법이 선물환거래입니다. 즉 은행과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한 달 뒤에 환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무조건 1달러=1,000원씩. 총 10달러를 사고팔기로 계약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은행과 1달러를 1,000원에 사고팔기로 계약을 했는데, 한 달 뒤 환율이 1달러=2,000원으로 폭등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까워도 이렇게 아까울 수가 없습니다. 그냥 시중에서 팔면 1달러당 2,000원을 건질 수 있는데, 그 놈의 계약 때문에 무조건 1달러를 1,000원에 팔아야 합니다. 오장육부가 다 쓰리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약속은 소중하니까요.

사실 환율이 이렇게 뛸 때는 선물환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반드시 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쉽게 말해 환율이 1달러=500원으로 하락한 경우를 생각해보십시오. 선물환거래를 하지 않은 기업은 1달러를 팔고 달랑 500원밖에 못 받지만, 여러분은 거금 1,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분이 제대로 유쾌통쾌상쾌하고, ‘ㅋㅋㅋ’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평소에 간이 좀 크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선물이니, 선물환이니 머리 아플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 뭐있겠습니까? 그냥 가는 거죠. 하지만 안정된, 아니 최악의 경우를 항상 가정하고 발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선물환계약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많이 이롭습니다.


Copyright ⓒ [경제신문읽는법] All Rights Reserved.
홈지기 이메일 : till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