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신용등급과 환율
☞ 기초지식 :
국가신용등급
국가신용등급은
오르면 오를수록 좋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우리는 이것을 대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가 영원히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가끔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신용등급이 올랐는데, 주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우리의 상식과 180도 배치되는
이런 황당시츄에이션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가장 간단하게 황당 시추에이션의 원인을 설명하는 방법은 음모론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음모론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을 때 신용평가사가
나서서 대한민국이 ‘킹왕짱’이라고 극찬을 합니다. 평소 외국 눈치를 많이 보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신용평가사의 극찬이 참으로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그리고 신용평가사가 대한민국을 극찬한 만큼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사람들은 열심히 주식을 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식을 사 모으는 바로 이때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그 돈을 달러로 바꿔서 대한민국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면 주가는 폭락을 합니다. 그리고 수금한
달러를 들고 자기나라로 돌아가는 만큼 한국 땅에 달러는 줄어들고, 그 결과 환율이 뛰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신용등급이 상승했는데도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뛰는 신기한 현상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와 달리 외국인투자자가 우리나라 주식을 사고 싶을 때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내려버립니다.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주식을 팔게 만들죠. 이때
외국인투자자들은 헐값에 한국주식을 사 모읍니다. 외국인이 엄청난 자금력으로 주식을 사 모으니 그 순간부터
주가는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외국인이 달러를 들고 찾아오는 만큼 대한민국에는 달러 풍년이 펼쳐지고, 그 결과 환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신용등급이 하락했는데도 주가는 폭등을 하고, 환율은 하락을 하는 황당 시추에이션이
펼쳐지게 됩니다.
참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입니다. 세상에 음모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의 미스터리를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주)리어카가 로보트 태권브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합시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 그다음 날부터 주가가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할 겁니다.
물론 아직은 소문인 관계로 (주)리어카의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이 로보트 태권브이의 꿈을 믿으며 알게 모르게 (주)리어카의 주식을 사 모을 겁니다. 따라서 주가가
조금씩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로보트 태권브이의 개발이 거의 완성단계에 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엄청난 일이 일어나게 될 겁니다. 꿈에도 그리던 로보트 태권브이가 얼마 후면 대한민국 하늘을 날아다니게
되었다는데, 그리고 그 중심에 (주)리어카가 있다는데···. 이제 (주)리어카의 주가는 승천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반전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로보트 태권브이 개발이 신문과 방송을 타는 순간에 펼쳐집니다. 개발완성소식이
각종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순간부터 주가는 신기하게도 폭락을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TV를 보고, 신문을 보고 (주)리어카의 주식을 사러오는
사람은 끝물이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신문과 방송이 로보트 태권브이의 개발완성을 보도하기 전에
이미 주식을 구입했습니다. 따라서 신문과 방송을 보고 주식을 사러오는 분들은 정보가 늦어도 한참 늦는
분들입니다. 즉, 이분들이 주식을 샀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주)리어카의 주식을 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더 이상 주식을 사러올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다음부터 주가는 폭락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납니다. 신제품개발이나 대형 수주소식이 소문으로 돌때는
주가가 폭등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진짜로 보도되는 순간부터는 폭락을 하는 것이죠. 이 같은 원리가
국가신용등급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올랐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온 세상 사람들로부터 ‘킹왕짱’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킹왕짱’ 소리를 듣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인기는 덧없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팬들의 사랑이 식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눈치 빠른 외국인투자자들은 신용등급상승 소식을 듣는
순간 주식을 팔고 한국 땅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주식판매대금을 달러로 환전해 자기나라도
돌아가는 만큼 한국 땅에서 달러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신용등급이 상승했는데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상승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신용등급이 올랐다는 사실에 취해 무조건 만세삼창을 하고, 미친 듯이 주식을 사 모아서는
안 됩니다. 혹시나 외국인투자자들이 철수를 해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은 없는지, 또 환율이 뛸 가능성은
없는지 각종 경제지표를 조사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시간이 남아돈다면 여러분 스스로 신용등급과 주가, 신용등급과 환율과의 관계를 반드시 체크해
보아야합니다. 왜냐하면 시간 때우기에 참 좋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궁금하다고
굳이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을 쉽게 파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e-나라지표(www.index.go.kr)에 접속해서 ‘국가신용등급’을 입력하고 엔터키만
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