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평가기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고등학교 친구 길동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받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급해서 그러는데 돈 좀 빌려주라.”

고등학교 시절의 그 좋았던 추억을 생각하면 조건 없이 빌려주고 싶지만, 아니 그냥이라도 주고 싶지만 그게 또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며칠의 말미만 달라고 하고 이렇게 저렇게 온갖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친구들에게 연락해 은밀히 길동이의 신용을 조사해봅니다. 길동이가 돈을 떼어먹고 잠수를 탈 아이인지, 아니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갚을 친구인지 평판을 조사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친구들 사이에 평판이 좋지 않다면 우리는 돈을 쉽게 빌려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주변의 평가가 100%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주위의 평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만 평판에 민감한 것이 아닙니다. 은행도 평판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주변의 평판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담보를 가지고 와도 돈을 쉽게 대출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행과 우리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동네사람들의 평판이나 친구들의 평판을 중요시하는데 비해, 은행은 신용평가기관이라는 아주 특별한 회사가 내리는 평판을 대놓고 중요시합니다.

신용평가기관이란?
신용평가기관은 글자 그대로 신용을 평가해주는 기관입니다.

쉽게 말해서 돈을 빌려갈 사람이 믿을만한지, 아니면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인지 평가해주는 기관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갈 사람이 믿을만하다면 AAA를 외치며 극찬을 해주고, 거의 야반도주가 확실한 사람이라면 CCC를 외치며 씨씨한 사람이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해줍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세상에는 수많은 신용평가사가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회사는 무디스(Moody's Corporation)와 스탠다드앤드푸어(S&P, Standard and Poor’s Corporation)사입니다.

만약 이들 회사가 “(주)리어카는 못 믿을 회사다, 돈 떼어먹고 잠수 탈 확률이 높다.”고 평가를 내리면 그때부터 (주)리어카는 어디 가서 돈을 빌리기가 참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신용평가사가 내리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적격등급과 투자부적격등급
신용평가사의 평판점수, 어렵게 말해서 신용등급은 상당히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투자적격등급과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나누어집니다. 투자적격등급은 돈을 떼어먹고 잠수할 가능성이 낮으니 투자해도 된다는 이야기이고, 투자부적격등급은 돈을 떼어먹고 잠수를 탈 가능성이 높으니 조금 하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