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물일가의 법칙과 환율

일물일가의 법칙을 이용하면 환율을 손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 있는 물건이라고는 달랑 껌밖에 없다고 합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1달러에 껌이 판매되고, 한국에서는 1,000원에 판매된다고 합시다. 이때 미국의 껌 가격과 한국의 껌 가격이 같아지려면 환율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너무나 쉬운 질문입니다. 환율은 1달러=1,000원이 되어야 합니다. 환율이 1달러=1,000원이 되면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똑같은 돈을 주고 껌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환율이 1달러=2,000원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미국에서는 1달러를 가지고 있어봐야 달랑 껌 한 통밖에 구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1달러를 2,000원으로 환전하면 껌을 두 통이나 사 먹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사람들이 껌을 사기 위해 한국으로 달려옵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몰려오면 올수록 대한민국에 달러는 흔해지고, 그 덕분에 환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환율이 1달러=500원이라면 반대의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미국에서 1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껌 한 통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1달러를 500원으로 환전하면 껌을 달랑 반 통밖에 살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더 이상 한국으로 껌을 사러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미국인들이 한국을 찾지 않으면 달러가 귀해지고, 그 덕분에 환율은 상승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서 환율은 1달러=1,000원이 되게 됩니다.

그런데 껌 하나로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껌만 씹고 살 수는 없습니다. 밥도 먹어야 하고, 고기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자동차를 타고 여행도 가고, 마트에서 쇼핑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들 모두의 물건가격을 고려해서 환율을 예측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조금 애매합니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껌값·밥값·고깃값 기타 등등 모든 물건의 가격을 고려해서 환율을 예측한단 말입니까?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좀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보따리를 하나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속에다가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모조리 왕창 꾹꾹 눌러서 담습니다. 사과·무·집·텔레비전·껌 기타 등등. 하여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보따리에 넣습니다.

이렇게 일단 보따리를 만들기만 하면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보따리에 든 모든 물건의 가격을 계산해서 환율을 예측하면 됩니다. 만약 보따리 속의 모든 물건가격을 계산했더니 총 1,000만 원이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똑같은 것을 미국에서도 넣었더니 1만 달러였다고 합시다. 이렇게 계산이 나오면 환율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쇼핑을 하든, 한국에서 쇼핑을 하든 물건값은 같아야 합니다. 따라서 1만 달러와 1,000만 원이 똑같은 돈이어야 합니다. 1만 달러와 1,000만 원이 똑같은 돈이 되려면 환율은 1달러=1,000원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환율은 1달러=1,000원이 됩니다.

그런데 1년 뒤에 똑같은 물건의 가격을 측정했더니 미국의 가격은 1만 달러로 변함이 없는데, 한국의 물건가격은 1,010만 원으로 뛰었다면 횐율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환율은 1달러=1,010원이 됩니다. 어렵게 말해서 미국의 물가는 변화가 없는데 우리나라의 물가만 1%상승했다면 환율도 1% 높아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물일가의 법칙을 이용하니 환율을 예측하는 게 너무나 간단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환율을 가지고 각종 경제연구소는 왜 그렇게 헤매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경제연구소 연구원님들이 일물일가의 법칙을 몰라서일까요? 결코 그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넣을 보따리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그런 엄청난 보따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날이면 날마다 그 보따리 안에 있는 물건의 가격을 계산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물건이 수천, 수만 개가 될 텐데 도대체 무슨 수로 날마다 그 물건가격을 조사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일물일가의 법칙을 이용한 환율예측은 이쯤에서 깨끗하게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직은 아닙니다. 우리에겐 또 다른 대안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