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와 환율의 관계는?

미국의 빌게이츠가 예금을 한다고 합시다. 이때 미국의 1년 금리는 5%인데, 우리나라의 금리는 10%에 달한다면 빌게이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한국의 은행에 예금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금리가 격하게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 빌게이츠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마이콜도, 토마스도 찾아올 겁니다. 그렇게 한국 땅을 찾아오는 외국인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달러는 흘러넘치게 됩니다. 달러가 넘쳐나면 환율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1달러=1,000원에서 1달러=900원으로, 1달러=800원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한국의 금리가 10%에서 4%로 내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외국인들이 더 이상 한국을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금리인하의 영향은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금리가 내린 만큼 한국에 예금하면 겨우 4%의 이자밖에 못 받지만, 미국에 예금하면 5%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빌게이츠는 굳이 우리나라 은행에 돈을 꿋꿋하게 넣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 예금한 돈을 찾아 달러로 환전을 할 겁니다. 그리고나서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마이콜과 토마스도 이런 이유로 달러를 찾아 미국으로 돌아가면 대한민국에서 달러는 희귀종이 됩니다. 그렇게 달러가 없어지면 이제 환율은 1달러=800원에서 1달러=900원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말 금리가 높을 때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찾아와 달러 풍년이 들고, 그 덕분에 환율이 하락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금리가 낮아질 때는 외국인들이 보따리를 싸서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달러 흉년이 찾아오고, 그 결과 환율이 상승하게 될까요?

아래의 그래프를 한번 보십시오.



그래프를 보면 금리와 환율의 관계가 한결같지는 않습니다. 금리가 오를 때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상식에 의하면 금리가 상승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예금을 하기 위해 몰려오고, 따라서 달러 풍년이 찾아와서 반드시 환율이 하락해야 합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를 때 환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을 때는 환율이 하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폭등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도데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고금리는 위험신호?
여러분에게 1억 원이 있습니다. 어떤 은행에 예금할까 고민하는데 친구가 찾아와 말합니다.

“어 친구야! 예금하려고?”
“우간다에 해라.”
“우간다는 금리 30%다. 우리나라 은행에 1억 원 예금하면 1년에 이자를 500만 원밖에 안 주지만, 우간다은행에 예금하면 이자가 자그마치 3,000만 원이다.”

이때 여러분은 친구의 말을 듣고 기쁘게 우간다 은행에 예금을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래도 안전빵이 최고라 생각하고 우리나라 은행에 예금을 하겠습니까? 감히 100%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우리나라 은행에 예금을 할 겁니다.

30%의 예금금리에 입맛이 당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간다 은행에 예금을 할 수는 없습니다. 왠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금을 했다가 일이 잘못되어 한 푼도 못 건지면 정말 난감합니다. 우간다 입장에서는 참 슬픈 이야기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슬픈일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같은 가정이 조국 대한민국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국 대한민국은 우리에게는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 한 목숨 초계와 같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국 대한민국은 어디까지나 우리에게만 전부일 뿐입니다. 외국의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수많은 나라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것도 나름 잘나가는 믿을만한 나라가 아니라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었고, IMF에 급전을 빌린 전과가 있는 나라죠. 물론 한 번 급전 당겨썼다고 찍히는 게 좀 억울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게 또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한번 외환위기를 겪었던 나라 중에 상당히 많은 나라가 외환위기를 또 다시 겪었고, 실제로 돈을 떼어먹은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국의 백만장자 입장에서는 대한민국도 이들 나라처럼 다시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상당하기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돈을 떼어 먹힌다면···.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금리를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놈들 이자 많이 준다고 해놓고, 막상 예금하면 그냥 들고 튀는 거 아냐?’

우리 입장에서는 기분 참 더럽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의심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달러가 왕창 들어오고,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