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채
여러분이 짜장면 가게를 차렸다고 합시다. 짜장면 가게를 해서 여러분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경우는 크게 봐서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글자 그대로 짜장면을 많이 팔아서
돈을 버는 경우입니다. 순수한 의미의 내 돈입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면 여기저기서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내가 돈을 투자할 테니 가게 더 늘여볼 생각 없냐?”
“분점을 낼 생각이 없냐?”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돈이 주머니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만약 영원히 짜장면 가게가 잘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장사가 되지 않을 때가 문제입니다. 장사가 안 되고, 초반의 기세가 기울기 시작하면
그렇게 알랑방귀를 끼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와 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이때 빌린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그냥 돌려주는 것으로 계산을 마치면 됩니다. 하지만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쓰기 마련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받은 돈을 사용해버렸다면, 그리고 분점을 내기 위해 이런저런
조사를 하다 돈을 좀 썼다면 골치 아파집니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빚쟁이를 혈혈단신으로 막아내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시절에는 빚도 재산이지만, 위기가 닥쳐오면 빚은 목줄을
죄고 마침내는 숨통을 끊어놓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빚 관리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외채란?
외채란 외국에 지고 있는 채무, 쉽게 말해서 외국에서 빌린 돈을 말합니다. 이때 1년안에 갚기로 하고
외국에서 빌린 돈을 단기외채라 부르고, 1년 이상 돈을 쓰기로 하고 외국에서 빌린 돈을 장기외채라 합니다.
한편 유동외채라는 것도 있는데,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와 1년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를 합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1년 안에 갚아야하는 모든 외채를 유동외채라 합니다.
외채와 환율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하고, 덕분에 달러를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다면 외국의 은행은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에 기꺼이 대출을 해줍니다. 수출로 떼돈을 벌고 있는 만큼 떼어먹힐 염려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계속 수출을 빵빵하게 한다면 외채, 즉 외국에서 대출받은 돈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외국인이 줄을 서기 때문입니다. 아니, 돈을 빌려주겠다고 외국인들이 줄만 서는 게 아닙니다. 돈을 갚으러 가도 외국인들이 손사래를 칩니다. 안 갚아도 된다며 오히려 정색을 하며 거부합니다.
“천천히 갚아라. 우리 사이에 뭐 이리 날짜 딱딱 지키며 갚누.”
“그냥 여유 있게 돈 쓰고, 이자만 꼭꼭 챙겨주라.”
떼어먹고 잠수를 타면 어쩌려고···. 빚을 갚겠다는데도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하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더니 외국인은 믿어도 되나 봅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입니다. 우리가 잘나갈 때는 세상 모든 사람이 우리의 친구고, 우리의 영원한 베스트프렌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그래서 마침내 경상수지 흑자가 점점 줄어들고 드디어 적자가 쌓이기 시작하면 안면을 몰수합니다. 이때는 외국인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면 몰수하고 10원짜리 하나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기가 되면 ‘천천히 갚아라’는 개뿔! 무조건 돈을 받아 챙깁니다.
이렇게 외국의 빚쟁이들이 한꺼번에 빚을 갚으라고 달려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무조건 달러를 구해서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달러의 몸값은 상승하고, 그 결과 환율이 폭등을 하게 됩니다.
단기외채와 환율
외채, 즉 외국에서 빌린 돈이 많다는 사실 그 자체는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100년 뒤에 갚기로 하고 빌렸다면, 크게 걱정할 게 없습니다. 물론
100년 뒤에 이 돈을 갚아야 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좀 많이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채의 대부분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것이라면, 더군다나 한두 달 안에 만기가 닥친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왜냐하면 이 놈이 핵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예를 들어 경상수지가 적자라고 해봅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달러가 없는 만큼 환율이 뛰게 됩니다. 하지만 경상수지가 적자를 좀 기록한다고 해서 환율이 한순간에 그렇게 미친 듯이 폭등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오를 뿐이죠.
그런데 야금야금 오르는 환율을 폭등하게 하는 놈, 쉽게 말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놈, 좀 과격하게 말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놈이 바로 단기외채(=조만간 외국에 갚아줘야 하는 빚)입니다.
단기외채가 조국을 불태우는 기름이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우리가 가진 모든 외채가 10년 뒤에, 100년 뒤에 갚기로 한 것이라면 계약서를 딱 내밀고 “100년 뒤에 갚으라며?” 이 한마디만 하면 게임은 그 자리에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한 달 뒤에, 두 달 뒤에 만기가 닥치는 단기외채라면 문제가 다릅니다. 어떻게 버텨볼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루 24시간을 풀로 가동해 달러를 구하러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달러가 없습니다. 경상수지가 줄기차게 적자를 기록해서 들어온 달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이렇게 없다면 결과는 너무나 뻔합니다. 환율 대폭등이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1997년과 2008년 환율대폭등이 있기전에 단기외채가 미친듯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기외채가 저 높은 곳을 향해 승천을 시작하면 조만간 닥칠지도 모르는 환율 대폭등에 대한 대비를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