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채 디플레이션이란?
1.디플레이션
물가하락을 영어로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여러 가지 물건의 가격이 1000원 → 990원 → 980으로 점점 내려가는 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2.부채디플레이션
부채는 빚을 말합니다. 따라서 부채디플레이션이란 빚을 갚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나아가 경제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현상을 말합니다.
빚을 갚으려는 대단히 건전하고 바람직한 행동이 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쉽게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길동이가 빚이 좀 있습니다. 가출하려고 꺽정이에게 빌린 2000원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절이 좀 하수상합니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달전만 해도 보리 한가마니 가격이 1000원이었는데 지금은 500원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보리 두 가마니만 팔면 꺽정이에게 빌린 2000원을 갚을 수 있었는데, 물가가 내린 지금은 보리를 네 가마니나 팔아야합니다.
더 이상 빚 갚기를 미루다가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보리 한가마니를 팔아서 일단 500원은 갚았습니다. 이제 남은 빚은 1500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물가하락에 겁을 먹은 사람들이 모두들 길동이처럼 빚을 갚으려고 보리는 물론이고 조, 피, 기장, 수수 등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물가가 더욱 하락을 했고, 마침내 보리 한 가마니의 가격이 300원이 되었습니다.
남은 빚 1500원을 다 갚으려면 이제 보리를 다섯 가마니나 팔아야합니다. 보리 한 가마니 가격이 옛날처럼 1000원이라면 딸랑 두 가마니만 팔면 빚을 청산하고도 500원이 남는데, 물가가 하락한 지금은 피 같은 보리를 다섯 가마니나 팔아야합니다.
길동이는 있는 보리 없는 보리 다 긁어 모아서 한가마니를 또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 300원으로 빚을 갚았습니다. 300원을 갚았으니 이제 남은 빚은 1200원입니다.
그런데 또 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빚을 갚으려고 보리, 조, 피, 기장, 수수 등을 인정사정없이 팔기 시작하자 물가가 더욱 하락했습니다. 보리의 가격은 마침내 한 가마니당 200원이 되었습니다.
물가가 더욱 하락해서 보리 가격이 100원이 되면, 그 때는 빚을 갚기 위해서 열 두 가마니를 팔아야합니다. 상상만 해도 껌찍합니다. 그래서 길동이는 좋아하는 주막에도 안가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한 냥이라도 아껴서 빚을 하루빨리 청산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길동이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모든 백성이 빚을 빨리 갚기 위해서 씀씀이를 줄였습니다. 그렇게 되자 경제가 엉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안성의 자기 공장에서, 통영의 나전칠기 공장에서, 광주의 분청사기 공장에서 아무리 물건을 생산해도 팔리지는 않고 창고에 쌓여만 갔습니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직원을 해고 할 수밖에 없었고, 일자리가 사라지니 백성들은 더더욱 씀씀이를 줄이면서 경제가 수렁 속으로 자꾸만 빠져 들어갔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겠다는 길동이와 조선 백성들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나아가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 넣고 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