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자부도란?

1.흑자

전설에 의하면 아주 옛날에는 돈을 벌면 까만색 잉크로, 손해를 보면 빨간색 잉크로 장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흑자(黑字), 즉 까만 글자는 돈을 벌고있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적자(赤字), 즉 빨간 글자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2.흑자부도

흑자부도란 떼돈을 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음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가 난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떼돈을 벌고 있는데 왜 어음 대금을 결제 못하는 걸까요? 흑자부도가 발생하는 간단한 예 두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3.흑자부도의 예

▶ 예시 1 : 날마다 떼돈을 버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땅을 너무 좋아 합니다. 돈이 들어오는 족족 땅을 사들입니다.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비상금은 쳥겨둬야한다고 애원을 했지만 사장님은 신경을 써지 않았습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돈이 알아서 들어오는데 굳이 현금을 따로 챙겨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3일 뒤에 10억짜리 어음을 결제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장님도 직원도 깜빡한 것입니다. 급하게 현금을 구해봤지만 회사 금고에도 통장에도 어음을 결제할 만큼의 현금이 없습니다.

대출이라도 받아서 결제통장에 돈을 넣어 두려했지만 이것도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늘 떼돈을 벌고, 대출의 ‘대’자도 언급하지 않던 사장님이 돈을 빌리러 다니자 은행이 ‘이게 뭐지? 회사에 뭔 일 있나?’ 하면서 자꾸 자리를 피합니다. 땅을 팔아서 해결하면 되지만 갑자기 땅을 팔려고 하니 이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결제일까지 돈을 못 구하고, 부도를 내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떼돈을 벌고 있었는데, 유식하게 말해서 흑자를 보고 있었는데, 돈이 땅에 묶여 있는 바람에 부도를 낸 것입니다.

물론 땅이 많은 관계로 부도를 내도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부도가 나면 은행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지만 땅이 많은 관계로 걱정 할 필요가 없습니다. 땅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고, 앞으로 거래를 할 때 마다 현금박치기를 하면 됩니다. 어음을 발행하지 못해 좀 귀찮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사업을 계속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부도 소식을 듣고 거래처 사장님들이 한꺼번에 달려오면 이분들을 달래는(?) 것이 힘들어지고, 어쩌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 예시2 : 하하중공업 사장님이 둘둘부품에서 15억 어치의 부품을 샀습니다. 그리고 부품대금은 12월 30일에 지급하기로 하고 어음을 발행했습니다.

하하중공업 사장님은 둘둘부품에서 산 재료를 이용해 항공모함을 만들었고, 이것을 셋셋상선에 납품했습니다. 납품 가격은 20억입니다. 그런데 셋셋상선에서 현금결제를 해주지 않고 어음을 끊어 주었습니다. 어음대금은 12월 25일날 결제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2월 25일날 셋셋상선에서 항공모함 값 20억을 받아서 12월 30일에 둘둘부품에 15억을 주면 결국 하하중공업 사장님 주머니에 떨어지는 돈은 5억이 됩니다. 아~ 제대로 기분 좋습니다.

그런데 12월 25일 날 셋셋상선에서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하고 부도를 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비상금 15억이 없다면 12월 30일 날 둘둘부품에 대금을 결제할 수 없게 됩니다.

분명히 장부상으로는 떼돈을 벌고 있었는데, 유식하게 말해서 흑자를 보고 있었는데 거래처에서 부도를 내는 바람에 하하중공업도 얼떨결에 부도를 내고 만 것입니다.


Copyright ⓒ [경제신문읽는법] All Rights Reserved.
홈지기 이메일 : till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