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와 경기변동

재고는 ‘창고에 있는 물건’을 말합니다. 그런데 ‘창고에 있는 물건’일 뿐인 재고가 경제변동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세계만방에서 공인을 받고 있습니다. 재고가 경제변동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현재 경제가 아주 많이 좋지 않다고 합시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창고에 팔리지 않은 물건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이때 사장님은 할인판매를 하고, 끼워주기를 해서 악착같이 재고를 줄입니다. 물론 좋은 시절을 기다리며 물건을 쌓아놓고 세월아 내월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고유지비용도 벅차고, 시간이 지나면 상품의 상태가 맛이 갑니다.

창고에 있는 물건이 골동품이라면 1년이고, 2년이고 모시고 시중을 들겠지만, 핸드폰 같은 첨단제품이면 골치 아픕니다. 1년, 아니 몇 달만 지나도 핸드폰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아무도 쳐다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악착같이 창고를 텅텅 비워야 합니다.

영업부 직원을 쥐어짠 덕분에 드디어 재고가 점점 줄어들더니 마침내 창고가 텅텅 비었다고 합시다. 이때 사장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시절을 기다리며 창고를 텅텅 비운 채 방치해야 할까요? 물론 그래도 되겠지만 사장님은 다시 물건을 만들고 창고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거래처 사장님 때문입니다. 거래처 사장님이 물건을 사러 왔는데 텅 빈 창고를 보여주면 좀 많이 민망합니다. 만약 거래처 사장님이 빈정상해서 다른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면 큰일이 납니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경제가 비록 엉망이지만, 절대로 물건을 만들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공장을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나빠지던 경제가 ‘적정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사장님들이 공장을 돌리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경제가 좋아져 주문이 폭주하면 전 직원들이 밤샘근무를 해서라도 물량을 맞추게 됩니다. 그래도 물량을 못 맞추면 새로운 기계를 들이고, 새 직원을 뽑아서 물량을 맞춥니다. 역량이 된다면 창고에 상품을 미리미리 쌓아 놓습니다. 공장 마당에 놀고 있는 땅이 있다면 그 곳에도 일단 물건을 쌓아놓습니다. 그래야 주문이 있을 때 즉시 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사장님들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창고에 쌓여있는 상품들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혹시라도 갑자기 주문이 줄어들면 어떻게 하지?’

그때부터 창고에 쌓인 상품을 판매 하는데 정신을 집중하고 생산은 일단정지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원자재에 대한 주문을 줄이고, 직원들의 야간근무도 중지됩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끝없이 좋아질 것 같던 경제가 ’적정한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사장님들이 공장의 기계를 일단 스톱시키면서 서서히 활력을 잃어 가게 되는 것입니다.

재고가 경제변동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이제는 대충 아시겠죠?

이쯤 되면 재고를 경제의 엑스트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똑똑한 분들이 재고변동을 이용해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고, 또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재고관련 지표가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놈이 바로 재고순환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