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보유고와 이자비용

☞ 기초지식 : 외환보유고

비상시를 대비해 달러를 쌓아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게다가 그 달러를 굴려서 얼마 되지는 않지만, 짭짤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이만저만 좋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를 쌓는데 비용이 은근히 많이 든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게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100만 원을 빌려 주식투자를 했다고 합시다. 1년 동안 열심히 주식투자를 해서 100만 원을 130만 원으로 만들었습니다. 100만 원을 130만 원으로 만들었으니 수익률이 30%입니다. 정말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만약 은행이자가 35%라면 어떻게 될까요? 남는 게 없습니다. 오히려 손해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내 주머니에 얼마가 있나를 볼 것이 아니라 비용까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외환보유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외환보유고를 잘 굴려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고 무조건 만세삼창을 해서는 안 됩니다.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무엇일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한국은행 창고에 있는 달러는 그냥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이 시중에서 사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시중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한국은행 창고에 달러가 들어오는 만큼 한국은행 창고에 있던 우리 돈이 시중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시중에는 돈이 흘러넘치게 됩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뜁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남아도는 돈을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한국은행이 막무가내로 거두어들 일 수는 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돈을 거두어들어야 합니다. 즉 국민에게 합당한 이자를 주고 돈을 거두어야 합니다.

물론 이때 국민에게 주는 이자가 아주 작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달러를 굴려서 들어오는 돈으로 이자를 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달러를 굴려서 들어오는 돈이 너무 형편없다는 데 있습니다. 즉 달러를 굴려서 들어오는 돈보다 국민에게 줘야 하는 이자가 더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서 달러를 굴리면 1년 동안 10원밖에 안 들어오는데, 국민에게 줘야 하는 이자는 20원이나 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그래서 외환보유고가 많이 쌓여있을 때는 외환보유고의 보유비용에 관한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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