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환율제도

고정환율제도란?
한번 정부에서 환율을 1달러=1,000원으로 못 박으면 절대로 환율이 변하지 않는 것을 고정환율제도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환율이 1달러=1,000원으로 영원히 못 박혀 꼼짝달싹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환율이 조금 조정되기는 하지만 기본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고정환율제도와 환율안정
한 달 뒤에 수출대금 1달러를 받는 사장님이 있다고 합시다. 만약 환율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한다면 사장님은 근심걱정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1달러를 받는 날 환율이 폭등하면 천만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폭락을 하면 가만히 앉아서 피박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환율이 절대 변동하지 않는 고정환율제도의 국가에 살고 있는 사장님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환율이 1달러=1,000원이라고 정부에서 말하면 영원히 1달러=1,000원이기 때문입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한 달 뒤에도, 1년 뒤에도 1달러는 무조건 1,000원입니다. 따라서 환율 걱정할 시간에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애프터서비스만 신경 쓰면 됩니다. 따라서 품질이 좋아지고, 품질이 좋아지는 만큼 수출이 늘어납니다.

환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수입을 하는 사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 뒤 1달러가 필요하든, 1,000달러가 필요하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환율이 어떻게 될지 몰라 1달러당 900원을 준비할까? 2,000원을 준비할까? 은근히 짜증 났는데 이제는 딱 1,000원만 준비하면 됩니다.

그런데 환율이 고정되어 있으면 사장님들만 마음 편한 것이 아닙니다. 자식을 유학 보낸 아버지들도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예를 들어 1년 학비가 100달러라면 통장에 우리 돈 10만 원만 꽂아두면 학비 걱정은 그걸로 끝입니다.

고정환율제도와 정부의 역활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면 정부는 참 많이 바빠집니다. 환율을 1달러=1,000원으로 못 박는다고 모든 것이 끝 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환율을 1달러=1,000원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불철주야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중에 달러가 없다고 해봅시다. 이렇게 되면 수입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사장님, 외국에 학비를 보내야 하는 부모님은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달러를 구하러 다닙니다.

이분들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치면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1달러=1,000원에서 1달러=2,000원으로, 1달러=3,000원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1달러는 무조건 1,000원이라고 못을 박은 만큼 대놓고 1달러를 3,000원에 사고팔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1달러가 2,000원, 3,000원에 사고 팔리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달러 암시장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암시장의 출현을 막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알아서 달러를 구해와 시중에 푸는 것입니다. 정부가 미친 듯이 달러를 풀면 달러를 구하는 일이 쉬워지고, 따라서 암시장은 자연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환율은 1달러=1,000원으로 안정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상님의 은덕으로 사태가 잘 풀릴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정부 창고에도 달러가 없고, 해외에서도 달러를 구해올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정부 당국자는 미치고 환장할 겁니다. 달러가 없으니 뛰는 환율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환율을 1달러=1,000원으로 유지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1달러는 무조건 1,000원이라고 못 박았던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참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식환율을 올려야 합니다. 즉 1달러=2,000원으로 환율을 올려야 합니다.

이렇게 고정환율제도를 시행하는 국가에서 환율을 과감히 올리는 것을 가리켜 어려운 말로 평가절하라 합니다. 평가절하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옛날에는 달랑 1,000원만 주면 1달러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2,000원이나 주어야 합니다. 우리 돈의 가치가 그만큼 낮아졌기에 평가절하라 부르는 것입니다.

달러가 부족할 때를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달러가 흘러넘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달러가 흘러넘치면 어떻게 될까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환율이 1달러=1,000원에서 1달러=900원으로 하락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1달러=1,000원이라고 못을 박은 만큼 은행에서 1달러를 구하려면 1,000원을 주어야합니다. 하지만 공권력의 손이 닿지 않는 암시장에서는 1달러가 900원, 또는 800원에 거래됩니다.

이 같은 사태를 막고 언제 어디서나 1달러가 1,000원에 거래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남아도는 달러를 모조리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암시장에서도 1달러가 1,000원에 사고 팔릴 때까지 달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달러를 거두어들여도 끝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환율을 변경해야 합니다. 즉 1달러=800원으로 환율을 변경해야 합니다. 이렇게 고정환율제도 국가에서 환율을 과감히 내리는 것을 가리켜 평가절상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