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화자금시장과 외환시장, 그리고 환율
우리나라 경제가 잘나가서 떼돈을 벌고 있다면 외국의 각종 은행이 쉽게 쉽게 달러를 우리나라의 기업과 은행에 빌려줄 겁니다. 우리가 아쉬워서 바지 가랑이 잡고 매달려서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외국의 은행들이 알아서 달러를 빌려주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 경제가 엉망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거의 대부분의 외국은행이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에 달러를 잘 안 빌려줄 겁니다. 달러를 빌려주었는데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이 망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달러가 필요한 우리나라의 기업과 은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죽치고 앉아서 빌려줄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내일 당장 수입대금을 결제해야 하고 외국에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면, 세월아 네월아 죽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달러를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구할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모든 외국은행이 우리나라 기업과 은행의 만수무강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으니까요.
이때 기업과 은행이 달러를 구할 곳은 한 곳밖에 없습니다. 바로 외환시장이죠. 즉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해 수입대금을 결제하고, 외국에 진 빚을 갚아야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외환시장에 몰려들어 달러를 구하려고 아우성치면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환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급하게 달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달러를 사려고 발버둥치면서 환율이 1달러=1,000원에서 1달러=1,100원으로, 1달러=1,100원에서 1달러=1,200원으로 폭등하게 됩니다.
그런데 외화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그 결과 환율이 뛰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나쁠 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세계경제가 좋지 않아서 얼떨결에 외화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그 결과 환율이 뛰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엉망이라고 합시다. 이때 세계 각국의 은행은 몸조심을 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대출을 해주려고 하지 않고, 그동안 대출해준 돈도 가능하면 회수를 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외화자금시장에도 돈줄이 마르게 됩니다. 외화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면 기업과 은행은 결국 외환시장으로 달려가 달러를 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외환시장에 달러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환율이 폭등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기업과 은행이 일단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먼저 구해보고,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못 구하면 그때서야 외환시장에 들르는 것인가?’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달러가 필요한 이유에 따라서 어느 시장을 이용할지가 결정됩니다. 몽룡이가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 차를 살 것인지, 빌릴 것인지 결정했던 것처럼 기업과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회사의 사정을 고려해보고 알맞은 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