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외채와 환율
외채, 즉 외국에서 빌린 돈이 많다는 사실 그 자체는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100년 뒤에 갚기로 하고 빌렸다면, 크게 걱정할 게 없습니다. 물론 100년 뒤에 이 돈을 갚아야 하는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좀 많이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채의 대부분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것이라면, 더군다나 한두 달 안에 만기가 닥친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왜냐하면 이 놈이 핵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예를 들어 경상수지가 적자라고 해봅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달러가 없는 만큼 환율이 뛰게 됩니다. 하지만 경상수지가 적자를 좀 기록한다고 해서 환율이 한순간에 그렇게 미친 듯이 폭등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오를 뿐이죠.
그런데 야금야금 오르는 환율을 폭등하게 하는 놈, 쉽게 말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놈, 좀 과격하게 말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놈이 바로 단기외채(=조만간 외국에 갚아줘야 하는 빚)입니다.
단기외채가 조국을 불태우는 기름이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우리가 가진 모든 외채가 10년 뒤에, 100년 뒤에 갚기로 한 것이라면 계약서를 딱 내밀고 “100년 뒤에 갚으라며?” 이 한마디만 하면 게임은 그 자리에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한 달 뒤에, 두 달 뒤에 만기가 닥치는 단기외채라면 문제가 다릅니다. 어떻게 버텨볼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루 24시간을 풀로 가동해 달러를 구하러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달러가 없습니다. 경상수지가 줄기차게 적자를 기록해서 들어온 달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이렇게 없다면 결과는 너무나 뻔합니다. 환율 대폭등이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1997년과 2008년 환율대폭등이 있기전에 단기외채가 미친듯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기외채가 저 높은 곳을 향해 승천을 시작하면 조만간 닥칠지도 모르는 환율 대폭등에 대한 대비를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