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성 수신이란?

돈이 필요할 때, 우리는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우리에게 대출을 해 주는 것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람들이 예금한 돈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예금을 통해서만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닙니다. CD나 금융채를 발행해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시장성수신이란 이처럼 CD나 금융채 같은 것을 발행해서 돈을 마련하는 것을 일컷는 말입니다.

사람들한테 예금을 받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이나 금융채를 발행해서 돈을 마련하는 것이나 모두 빚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돈을 마련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의문을 가질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금으로 들어온 돈과 금융채를 발행해서 모은 돈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적금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애들 결혼 비용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한 적금은 한번 은행 금고에 들어오면 몇 십년 동안 ‘꼼짝 말아!’입니다.

그러나 시장성 수신은 다릅니다. CD나 금융채를 발행해서 돈을 마련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습니다. CD는 보통 91일 뒤에 돈을 갚아야 하고, 금융채도 보통 1년입니다. 따라서 빚을 갚기로 한 시기에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경제가 좋지 않아 돈을 구할 때는 없는데 갚아야 할 돈은 태산처럼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의 대출금을 회수해서 빚을 갚으면 되지만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대출금 회수가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즉 받을 돈은 못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빚은 꼭 갚아야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행여나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의 아귀를 잘 못 ��추어서 만의 하나 빚을 못갚게 되면 정말 큰일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행이 빚을 못 갚는다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시장성 수신, 쉽게 말해서 예금이 아니라 CD나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히스테리하게 반응을 합니다. 만약 빚을 못 갚아 은행이 무너지면 한나라의 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