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화대출의 위험

일본의 대출금리는 거의 어린애 소꿉장난 수준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거의 공짜로 돈을 빌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한때 엔화대출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돈을 빌리면 허리 휘어질 정도의 이자를 갖다 바쳐야 했지만, 엔화를 빌리면 이자가 거의 껌값이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엔화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물론 외국 돈을 빌려 쓸 때는 이자가 끝이 아닙니다. 외국 돈을 빌리는 만큼 환율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사람들은 환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엔화환율이 계속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엔화환율이 100엔=1,000원 → 100엔=900원 → 100엔=800원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1년 뒤에는 엔화환율이 100엔=700원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100엔을 빌리면 1년 뒤에 900원이 아니라 700원만 갚아도 되는 광명세상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물론 엔화환율이 뛰면 큰일이지만, 아무도 엔화환율이 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년째 엔화환율이 한결같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껌값밖에 안 되는 대출금리와 계속 떨어지는 엔화환율, 너무나 환상적인 앙상블이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기쁘게 엔화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입니까?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그 뒤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엔화환율이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거의 2배까지 올랐습니다. 쉽게 말해 엔화환율이 100엔=800원에서 100엔=1,600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환율이 뛰지 않았다면 100엔을 갚기 위해 달랑 800원만 들고 가면 됐지만, 환율이 뛰는 바람에 이제는 1,600원을 들고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출이자가 거의 껌값이라는 유혹에 빠져 돈을 빌렸는데 갚을 때는 금리가 뛰는 바람에 6%의 이자를 주어야 했습니다. 불행이 세트로 찾아온 것입니다. 불행이 세트로 찾아온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엔화환율이 뛰고, 금리마저 뛰면서 실제로 갚아야 할 금액이 거의 2배까지 부풀어 올랐습니다.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원금과 약간의 이자만 갚으면 되었는데 너무나 참혹한 현실이었습니다. 덕분에 엔화대출을 받은 많은 분들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