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인스혁명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은 많은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전국방방곡곡에 실업자가 흘러넘쳤고, 사람들은 배급을 받아가며 생명을 연장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때 경제학자들은 뜻밖의 이야기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경제가 개판 그 자체이지만, 가만히 냅두면 저절로 좋아진다’고 말입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삐걱삐걱 쇳소리를 낼수도 있지만, 가만히 냅두면 다소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경제가 스스로 건강을 회복한다는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929년의 대공황은 저절로 치유될 가벼운 생채기나 감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경제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다가는 세상 모든 사람이 굶어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처방책을 못 내고 있을 때 케인스라는 경제학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사자후 토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우리가 죽은 뒤에 경제가 살아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맞는 말이었습니다. 케인스는 5년 뒤, 10년 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굶어 죽고 있는 사람들을 살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케인스가 내놓은 처방책은 ‘정부’였습니다. 경제가 침체에 빠져 백성의 삶이 고달프면 좋은 시절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살려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나서 여기저기 도로를 뚫고, 댐을 건설하고, 부두를 지으면 일자리기 생기고, 그렇게 일자리가 생기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좋아진다는 논리였습니다.

구석에 처박혀 주민등록등본이나 떼어주던 정부의 입장에서는 케인스의 주장이 너무나 판타스틱했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 목숨 불사를 수 있는 논리적 배경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정부는 더 이상 작은정부, 도둑만 잡는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큰 정부가 되었습니다. 경제가 어려워 기업도, 시민들도 모두 씀씀이를 줄이면 정부가 나서서 돈을 펑펑 써서 경제를 살렸고, 경제가 너무 좋아 사람들이, 기업이 돈을 펑펑 뿌리면 정부가 씀씀이를 줄여서 경제가 오버페이스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런 정부의 노력 때문이었을까요? 2차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 말까지 세계경제는 그야말로 영광의 시대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 찬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경기침체니 공황이니 하는 말은 없다’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정부라는 이름의 만병통치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