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동환율제도와 국제수지조정

국제수지가 대폭적인 흑자를 기록했다고 합시다. 쉽게 말해서 수입한 것보다 수출한 게 많다고 합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나라로서는 너무나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기분이 유쾌통쾌하지 않습니다. 한국제품을 사주는 것도 하루 이틀입니다. 줄기차게 남 좋은 일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한국제품을 무작정 사주다가 자국의 자동차산업이, 반도체산업이 무너지면 경제적으로 타격이 너무나 큽니다. 따라서 자국의 경제번영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시비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시비는 안 붙을수록 좋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비가 붙지 않게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해외에서 태클이 들어오기 전에 정부가 전국방방곡곡의 사장님들의 찾아다니며 수출 좀 대강 하라고 애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런 일까지 하는 것은 모양새가 사납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방법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변동환율제도를 선택하고 있는 나라는 굳이 국제수지를 조정하려고, 쉽게 말해 수출을 줄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수출이 자동빵으로 줄어듭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만든 반도체와 자동차가 너무 좋아서 수출이 팍팍 된다고 합시다. 이렇게 수출이 팍팍 증가하면 달러가 우리나라로 마구 들어옵니다. 달러가 엄청나게 들어오면 환율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하락을 합니다. 달러가 많이 들어올수록 환율은 1달러=1,000원에서 1달러=750원으로, 1달러=500원으로 하락을 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이런식으로 계속 하락하면 결국에 가서는 수출이 줄어듭니다.

미국의 마이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환율이 하락할 때 수출이 줄어드는 이유를 쉽게 알수 있습니다. 환율이 하락하기 전에는 주머니에 1달러만 있으면 1,000원짜리 이태리타월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1달러=500원으로 하락한 지금은 1,000원짜리 이태리타월을 사려면 2달러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제품이 그만큼 비싸진 겁니다. 따라서 한국산 이태리타월 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이어들이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면 수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정부가 나서서 수출 좀 그만하라고 협박을 하지 않았지만 환율이 하락하면서 자동빵으로 수출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렇게 수출이 줄어들어 우리나라에 달러가 없어지면,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달러가 귀해진 만큼 환율이 1달러=500원에서 1달러=1,000원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즉 옛날에는 1,000원짜리 한국산 이태리타월을 사기 위해 2달러를 준비해야 했지만 이제는 1달러만 준비해도 됩니다. 따라서 외국의 바이어들이 한국산 이태리타월을 찾게 되고, 그렇게 해서 수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변동환율제도를 선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국제수지균형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일일이 간섭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환율이 변해서 국제수지가 자동으로 조정되기 때문이죠.